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스레딕]그 강에 뭐가 있어 2마지막

공포썰 모음/스레딕

by yudiyudi 2022. 9. 3. 08:20

본문

728x90


91 이름 : . 2018/08/21 21:25:12 ID : 0k3u2mtwL82
안녕, 여러분. 스레주야. 이 사건이 종결되기 전까진 글을 올리지 않기로 결심했었어. 해피엔딩이 아닌 상태로 이 사건은 완전히 종결되었고 우리 다섯은 이번생에서 다신 만나지 못하게 연을 끊게되었어. 정말 내 인생중 가장 후회되고 내가 가장 아끼는 녀석들을 다신 못볼거라 생각하니까 눈물이 아직도나네ㅎㅎ...

92 이름 : . 2018/08/21 21:28:10 ID : 0k3u2mtwL82
숭이의 집에서 잠을 잔뒤 우린 당집을 갔지만 가는곳마다 퇴짜를 맞았어. 소금과 팥 폭격을 당하며 수원, 용인, 화성, 안산, 오산을 돌아다니며 제발 이 일을 해결할 열쇠를 얻기를 바랬어. 그러다 의외로 힙선생의 지인도움으로 우린 우릴 받아줄 당집을 찾게되었어. 총각보살이였나 아니면 총각도사였나 아무튼 무슨 눈빛 쌘 40대 아줌마 분장을 한 남자였는데 그렇게 눈빛이 강렬한 사람은 본적이 없었어. 93 이름 : . 2018/08/21 21:30:51 ID : 0k3u2mtwL82
우리의 자초지종을 듣던 그 박수무당은 숭이의 꿈얘기에서 갑자기 그 무서운 눈을 부라리며 우리의 말을 끊었어. "잠깐! 그 여자가 뭐라고 했다고?" "네..? 아..그.. 인고에 당했다고..." 그러자 무당은 한숨을 한번 팍 쉬고는 선생이를 째려보며 "그렇게 조심하라고 했거늘..." 이라며 운을 때며 우리에게 해준 이야기는 정말 이번인생 개폭망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해줬어. 94 이름 : . 2018/08/21 21:38:19 ID : 0k3u2mtwL82
인고(人蠱). 고독(蠱毒)의 일종이며 고독은 평소 사람들이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동물 혹은 독을 품은 동물을 아주 작은 항아리 아니면 작은 방에 가두어 배틀로열식으로 최후의 한마리가 남기전까지 서로 물어뜯게 놔두고 그 한마리를 죽여 그 동물의 털, 피, 신체의 일부를 이용한 저주라고 하는데 소름끼치는건 그 고독을 만들 때 사람을 이용할 수 도 있다는거야. 그때 내가 질문을 했어. "그럼 그때 저희가 발견했던게.." "똑똑한 친구네. 그래. 인고의 재료로 쓰인 주인의 머리카락과 손톱, 치아인게지."

95 이름 : . 2018/08/21 21:43:10 ID : 0k3u2mtwL82
우린 다짜고짜 찾아온것도 모자라서 저주를 풀어달라고 거의 울며불며 호소했어. 그러자 그 무당은 일어나 소리를 빽 지르며 우릴 다그쳤어. 뭐 이놈에 새끼들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난리냐, 부정타서 온 주제에 장군님앞에서 소란피우지마라 등등 욕한바지를 귀에 쏟아붇고는 무당도 진정했는지 다시 앉고는 말했어. "이건 너네가 생각하는 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정말 오랫동안 준비에 준비를 거듭해도 모자를거야. 일단 내가 선생이를 통해서 알려줄테니 일단 돌아가. 아 그리고 숭이는 당분간 나랑 있어야겠다. 가봐야할곳이 있어." 숭이는 완전 나라잃은 표정으로 알겠다고만 한체 우린 당집을 나섰어. 98 이름 : . 2018/08/21 22:06:25 ID : 6rBxWi3DBy3
그렇게 숭이는 하룻동안 짐을 챙겨 무당과 함께 파주에 있는 보광사로 떠났어. 무당은 얼마나 걸릴지 모르며 숭이와 연락을 하고싶거든 보광사로 연락을 하라며 전화번호 하나 달랑 남기고 차를 타고 떠났어. 항상 다섯이서 붙어다녔는데 한명의 빈자린가 이렇게 클줄은 생각도 못했지 100 이름 : . 2018/08/21 22:10:42 ID : 6rBxWi3DBy3
이렇게 되면 일단 우리에게 피해가 없지않냐고? 그렇지 않았어. 주머니를 열었던건 숭이였지만 그걸 건진 갓파, 그리고 처음으로 장승을 목격한 경이 역시 밤낮 가리지않고 오는 환청과 환각증세로 정말 고생을 엄청했었어. 이때가 바로 4월초. 군대간 A가 신병휴가를 나올 무렵때야.

101 이름 : . 2018/08/21 22:20:25 ID : 6rBxWi3DBy3
A가 나와 갓파에게 전화해서 시간 비워놓으라고 했지만 즐겁게 만나서 술이나 마실 그럴 분위기는 절대 아니었지. 그래도 휴가나온 놈한테 뭐 안해주기도 좀그래서 우린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와서 A를 설득한 뒤 숭이의 자취방에 모였어. 가는 내내 술집가자는 A를 보고있자니 진짜 개패버리고 싶더라.. 아무튼 내가 숭이 집비번을 알고있어서 어찌저찌 집주인빼고 전부 모인 기묘한 관경이 펼쳐졌어. 지금부터 A를 댕이라고 부를게. 댕이는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아무말도 못하고 자기앞에 놓인 맥주만 홀짝이고 있었어. 곧 댕이가 담배하나를 입에물고 우리한테 묻더라. "그럼... 너네 그 뒤로 거기 다시 가봤어?" 솔직히 가보고싶었지. 그런데 도저히 겁이나서 못가겠더라고. 102 이름 : . 2018/08/21 22:21:56 ID : 6rBxWi3DBy3
오늘은 여기까지 써야할것같아. 이제부턴 짧아도 하루에 레스 5개정도는 올릴 수 있을것같아. 모두 기다리게 정말 미안해. 그리고 기다려줘서 정말 고마워. 좋은 밤 되기바랄게.

106 이름 : . 2018/08/22 22:50:03 ID : 6rBxWi3DBy3
스레주다. 내가 오전오후는 할일이 좀있어서 주로 저녁이나 밤에 글을 올릴것같아. 아무튼 4월이지만 밤에도 추워서 반팔위에 패딩하나를 걸치고 나와 A, 경이, 갓파, 선생이는 다시 그 강으로 향했어. 강가에 도착하자 다시 오묘한 공포심이 들었어. 표정들을 보니 당사자가 아닌 A빼고는 전부 나와 같은 표정이더라. 그리고 문제의 장승이 있던 그곳으로 가자 장승은 역시 그 물속에서 우릴 기다리고있듯 가라앉아있었어. 그때 경이가 갑자기 구토를 하며 자긴 더이상 안들어간다고 막 소리를 지르며 주저앉았어. 107 이름 : . 2018/08/22 23:02:11 ID : 6rBxWi3DBy3
나와 다른애들은 경이가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러려니 했지만 선생이만 조금 눈빛이 달랐어. 마치 경이를 불신하는듯한 그런표정이었지. 아무튼 우린 경이를 진정시키며 벤치에 앉혔고 핸드폰 손전등으로 장승의 상태를 확인했어. 불과 3개월 전만해도 육안으로나마 식별이 가능했던 장승의 이목구비는 이제 더이상 확인할 수 없을정도로 물이끼와 녹조류로 망가져있었고 천하대장군의 천하자만 보이던 한자마저 보이지않게됬어. 내가 이거 구청이나 시청에 연락해서 치워야되지 않겠냐고 말하자 선생이가 갑자기 "절대 안될껄." 이라며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하더라.

108 이름 : . 2018/08/22 23:08:42 ID : 6rBxWi3DBy3
내가 왜그러냐고 물으니까 선생이는 "강꼬라지를 봐라. 이게 관리를 하는 수준이냐? 공사업체한테 맡기고 나몰라라수준이지." 라고 말했지만 멀리 앉아있던 경이와 평소에도 눈치없기로 소문난 A빼고 나와 갓파는 뭔가 알것같다는 눈빛을 서로 보냈지. 그날 밤 숭이의 집에서 잠을 자던 도중 화장실을 갔다가 담배생각이 나서 문을열자 갓파가 일어나서 자기도 가겠다고 하더라. 우린 말없이 자취방1층에서 담배를 피우고있었어. 정적을 깬건 갓파였어. 아무리봐도 선생이 저놈마가 뭔가를 알고있을것같다는 말을 시작으로 나와 갓파는 때아닌 추리소설을 쓰고있었지. 그러던 와중에 갑자기 갓파가 숭이방의 창문을 쳐다보더니 뭔가 꺼림칙한듯 고개를 좌우로 약간 흔들고는 먼저들어간다고 하고 들어가더라. 내가 왜그러냐고 물으니까 뭔가 시선이 느껴졌는데 기분탓이겠지 하고 넘어갔어. 나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들어가서 잠을잤고. 110 이름 : . 2018/08/22 23:24:01 ID : 6rBxWi3DBy3
하지만 왜 불길한 기분은 항상 정답인걸까.. 다음날 아침형 인간이었던 내가 가장 일찍 일어났고 그 다음으로 A와 경이가 동시에 그리고 갓파, 선생이가 일어났어. 물을 마시러 냉장고 문을열고 물통을 꺼냈을때 난 뭔가 이상한걸 느꼈어. 숭이집이 왠지는 모르겠지만 먼지가 엄청 쌓여. 깔끔한 그놈에겐 양날의 검인 집이야. 보증금은 다른곳과는 비슷한데 월세가 8정도 쌌거든. 아무튼 숭이가 집을 비우면서 나한테 바닥이랑 책상만 이틀에 한번씩 닦아달라했었는데 나태한 내가 그런걸하겠니? 내방도 돼지우린데 남의 방은 더더욱안하지. 아무튼 물을 마시다가 동이 트면서 내리쬐는 주홍빛 여명을 보며 찐따같은 모닝갬성에 빠져있을무렵 창문 밑에있는 책상이 눈에띄었어. 누군가 그 위에 서있던것처럼 발가락 자국? 같은거와 무릎을 꿇을때 남을것같은 약간 둥글넓적한 그럭 자국이 미세하게 남아있는거야.

111 이름 : . 2018/08/22 23:29:02 ID : 6rBxWi3DBy3
모르쇠로 일관할 수도 있었지만 난 미친놈처럼 애들 발을봤어. 일단 양말을 신은 경이와 갓파는 제외. 그럼 남은건 선생이와 나 그리고 (쓰다보니 원래 댕이라고 불러안 되는데 자꾸 A라하네ㅎㅎ..)댕이뿐인데 댕이는 자면 업어가도 모를놈이니까.. 라고 생각한 순간 난 바로 선생이의 발을봤어. 하지만 먼지도 자욱하게 낀것도 아니고 발만봐서는 잘 모르겠더라. 그놈의 바지도 봤지만 그래도 모르겠어서 이따가 갓파가 일어나면 물어봐야겠다라고 생각했어.

120 이름 : . 2018/08/24 20:50:36 ID : dxDtjuoLanC
스레주다. 설비쪽에 문제가 생겨서 어제는 방문을 못했어. 날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다니 참 고맙게생각하고있어. 갓파가 일어나고 난 갓파에게 조용히 톡을 보냈어. 톡알림을 받은 갓파는 조용히 알겠다는 듯 슬그머니 선생이의 바지를 봤어. 갓파의 눈이 엄청커진걸로 보고 눈치를 챘어. 그래. 어제 갓파와 나를 훔쳐본건 선생이가 맞았어. 하지만 훔쳐봤다라는게 확대해석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어. 그냥 우리가 뭐하나 궁금해서 봤을수도 있잖아? 121 이름 : . 2018/08/24 20:57:42 ID : dxDtjuoLanC
그래서 우린 나중에 선생이에게 물어봐야겠다는 무언의 합의를 보고 조용히 아침을 먹었어. 경이는 어제부터 몸이 안좋다며 아침을 두수저 정도 뜨고는 더이상 먹질 않았어. 댕이는 동기와 함께 복귀하겠다며 수원역으로 갔고 나와 선생이, 갓파, 경이는 서로의 집으로 향했어. 그때 선생이가 보조배터리를 놓고왔다면서 먼저가라고 한뒤 다시 숭이의 집으로 향했어. 나와 갓파의 눈이 동시에 마주쳤어. '역시 뭔가가있다.'라는 느낌을 동시에 받은것같아. 경이에게는 우린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야되니까 갈꺼면 먼저가라고 하니까 알겠다네? 우린 조심스럽게 숭이의 집 계단으로 올라갔어. 그때 뭔가 익숙하지만 절대로 이곳에선 나면 안될것같은 냄새가 풍겨왔어. 난 몰랐지만 갓파는 단박에 아는것같았어. "이거... 향냄샌데?" 123 이름 : . 2018/08/24 21:07:41 ID : dxDtjuoLanC
우린 바로 집안으로 뛰쳐들어갔어. 그리고 우리눈에 들어온건 정말 괴기한 장면이었어. 방안에는 부적이 붙어있었고 아침을 먹던 책상에는 향과 촛불들이 있었어. 내가 입을 떼기도전에 갑자기 갓파가 쿵쿵거리며 다가가 선생이의 멱살을 잡고 따귀를 엄청세게 날리는거야. 난 따귀맞을때 저런소리나는걸 처음들었어. 선생이는 무덤덤하게 나와 갓파를 번갈아가며 바라봤어. "이 개새끼야, 너 뭐 알고있지? 그렇지?" 선생이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더니 불을 붙이고말하더라. 믿을 자신있냐고 말이야.

127 이름 : . 2018/08/24 21:13:53 ID : dxDtjuoLanC
선생이와 같이갔던 당집은 사실 자신의 이모할머니가 하시던 곳이었고 자신도 신기가 있어서 자기와 함께 다니면 이상한일이 벌어진다고했어. 그 날 장승이 있던곳도 사실 자기가 의도적으로 혼자 접근하려고 했었지만 경이의 요이로 인해 예기치못한 사건이 발생한거였데. 그걸 듣는순간 정말 죽도로 때리고싶었지만 꾹 참고 예기했어. 해결책은 있냐, 그리고 숭이와 경이는 어떻게 되냐등등 흥분해서 말이 빨라지고 말투가 거칠어지더라. 갓파가 멱살을 잡은 손을 놓으니까 선생이는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이고말하더라. "경이는 어찌되든 살아. 근데 숭이는 장담못해." 이번에 내가 선생이의 배를 발로 걷어찼어. 다행히 탁상을 벗어나서 엎어지진 않았어. 내가 밟아버리려는걸 갓파가 겨우 뜯어말리고 난 여기있으면 저새끼 죽여버릴것 같으니까 갓파에게 너가 얘기좀 해봐라 하고 집을 나왔어. 128 이름 : . 2018/08/24 21:19:44 ID : dxDtjuoLanC
20분뒤에 갓파혼자 나오더라. 기다리는 동안 담배를 거의 반갑 조금 안되게 피웠어. 그만큼 애간장이 녹고 속이 탔나봐. 갓파에게 물어보니까 선생이가 하고있던것은 숭이의 집에 그 고독이라는 저주가 숭이와 그녀석의 방을 못찾게하기 위한 일종의 의식이었데. 방어막이 아니라 일종의 안개같은걸 씌워서 안보이게 막는 그런 종류의 의식이었나봐. 선생이 그녀석도 자신의 잘못과 안일함을 인정했고 자신이 해볼 수 있는것들은 다 해보겠다고 했데. 갓파도 자기가 들은건 여기까지라며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않았어. 그날 밤 갓파는 나와함께 술을 마시기위해 수원으로 넘어왔고 수원역에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어. 그러다 운좋게 여성분 2명과 합석을 했고 이야기가 잘풀려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갔어

130 이름 : . 2018/08/24 21:26:44 ID : dxDtjuoLanC
그렇게 자연스레 짝이 형성되고 우린 근처 모텔로 넘어갔어. 그 뒤 약 1시간의 거사를 치르고 난 뒤 담배를 입에물자 갓파녀석은 잘 되고있나 하고 궁금증이 들었어. 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에 내가 문을열자 나와 같이 계시던 여성분의 친구분이 문앞에 서있더라. 내가 장난삼아 갓파가 고자여서 오셨냐고 묻자 여성분은 그런건 아니고 갓파가 중간에 하다가 잠이 들었다는거야. 미친놈인가 하면서 방에 들어가자 이놈마 진짜 퍼질러 자고있더라.. 아무튼 난 나와 함께 있던 여성분과 연락처를 교환하고 갓파를 깨워 부축하고 택시를 타기위해 정류장으로 향했어. 그때 갑자기 이 미친놈이 울기 시작하는거야. 내가 울고싶은건 난데 너가 왜우냐고 하니까 나한테 미안하데. 내가 뭔소리냐고 짜증을 내니까 말이없어. 갓파 얼굴을 보니까 자더라ㅡㅡ...

132 이름 : . 2018/08/24 21:41:04 ID : dxDtjuoLanC
내가 지금 모바일로 작성중이라 느린 점 이해해줘ㅎㅎ 아무튼 택시를 타고 내 방으로 와서 이놈을 눕히고 나도 씻은 뒤 나도 눕자 이놈이 그 술주정 비슷하게 뭐라 중얼거리는거야. 그래서 그냥 장난으로 나한테 왜 미안하냐고 물으니까 나한테 거짓말을 했다네? 그래서 내가 뭘 구라쳤냐고 물어보니까 이야기를 해주는데 사실 갓파는 나에게 해주지 않은 몇가지 사실을 더 알고있던것같아. 진짜그냥 그날 질문하지 말고 그냥 잤다면 어떻게 됬을까 라는 생각을 가끔씩 하기도 해. 일단 첫번째. 그 의식은 고독의 일부분이 꼭 필요하데. 그러니까 즉 고독의 재료 또는 그 장승의 일부분이 필요하다는거지. 두번째. 그날 당집에 들르고 이모할머니께서 연락을 받았는데 숭이는 아마 더이상 정상적인 생활을 못할수 도 있다고하셨데. 마지막 세번째. 경이 역시 안전하지 않으며 조만간 경이도 숭이가 있는곳으로 가야할지도 모른다는거야. 133 이름 : . 2018/08/24 21:47:58 ID : dxDtjuoLanC
난 내일 이놈이 일어나면 다시 물어봐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잠을잤어. 그 날 꿈에서 수많은 장승에게 둘러쌓여 미로처럼 해매는 꿈을 꿨어. 그런데 장승중에 하나가 숭이와 무척닮았었다는게 잠에서 깨어나도 계속해서 기억이났어. 갓파에겐 솔직하게 어제 너가 자면서 나한테 다 말했다고, 선생이가 더 숨기고있는건 없냐고 물으니까 얘기를 듣곤 그게 정말 끝이라고 하더라. 선생이에게 연락을 해서 어제는 미안했고 밥이나 먹게 만나자고 했어. 선생이도 알겠다면서 자기가 수원으로 오겠다고했어. 설렁탕이 아직 김이 펄펄 나는데도 입에 쑤셔넣기 바쁜 갓파를 두고 난 선생이한테 내가 들은 모든걸 말해줬어. 선생이는 살짝 당황한것처럼 보였지만 날 보며 이게 자기가 알려줄 수 있는 전부고 더 이상 신경쓰지말라고 했어. 자신이 다 알아서 하겠다고 말이야. 그냥 당분간 연락이 안될 수 도 있다고 말한 뒤 우리 셋은 찝찝한 뭔가를 뒤로 한 체 헤어졌어. 그리고 난 약 한달 간 내 인생을 살았어. 143 이름 : . 2018/08/25 08:33:36 ID : Xs8o5bDwNAl
일단 첫번째. 이야기의 시간적 흐름은 올해 1월초부터 7월말까지야. 두번째. 배경은 중반까지는 수원과 용인이지만 막바지엔 파주가 추가되. 세번째. 이건 생략되면 안되는데 내가 잠에 취해서 미쳐 못쓴부분이야. 그 박수무당과 숭이가 떠날때 갓파는 박수무당에게 염주같은걸 하나 받았는데 그게 숭이와 갓파가 함께 그 주머니를 건졌기 때문에 갓파도 안전하진 않다고 박수가 주고간 물건이야. 이 중요한걸 빼먹다니ㅠㅜㅜ 다시한번 대단히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싶어. 그럼 이따 퇴근하고 다시 들를게. 이따가 보자. 154 이름 : . 2018/08/25 22:16:00 ID : FimK1A1va5O
스레주다. 주차할곳이 없어서 빙빙돌다 이제 집왔어. 아무튼 한달 뒤 중간고사가 끝나니까 행복회로 존나 풀가동되서 자취방에서 풍악을 올리는 일이 많아졌어. 여느때와 같이 쓰린 속을 부여잡고 좀비기상을 했을때 전화가 오더라. 난 모르는 번호는 무조건받아. 궁금하잖아. 전화를 받았을땐 엄청 놀랐어. 선생이가 전화를 한거야. 당시에 내가 너무 바빠서 경이와 갓파와도 연락을 잠시 끊었었거든. 내가 또 카톡도 잘 안봐서 지금도 카톡이 999야. 아무튼 오랜만에 걸려온 선생이는 내게 파주로 와줄 수 있냐고 물었어.

155 이름 : . 2018/08/25 22:21:36 ID : FimK1A1va5O
내가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숭이의 일때문에 그렇다고 했어. 더 넓게는 우리 모두의 일이였고. 얼마나 걸리냐는 내말에 선생이는 당장은 아니고 한 6월중순에 같이 출발하자고 하더라. 다른 애들한텐 벌써 이야기를 끝낸 상태이며 얼마나 걸릴지는 자기도 모르겠다고 했어. 난 알겠다고 한 뒤 전화를 끊었어. 물을 마시면서 든 생각이 이제 막바지로 향하는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어. 그리고 1주일 뒤 갑자기 경이가 크게 아파 몸져눕게 됬어. 고열에 시달리고 몸에는 알수없는 두드러기들이 나기 시작했어. 갓파는 약간의 현기증과 가끔씩 이유없이 한기를 느끼고 구토를 했지만 경이만큼 몸상태가 나쁘진않았어. 나 역시 이틀에 한번꼴로 악몽에 시달려 완전히 생활패턴이 엉망이됬어.

156 이름 : . 2018/08/25 22:32:54 ID : FimK1A1va5O
컨디션 폭락으로 인해 기말고사는 완전히 망했고 난 어서 파주로 가고싶어졌어. 그곳이 좋고 싫고를 떠나 그곳에 가야만 이 지옥같은 악몽과 경이,갓파의 몸이 고쳐질것같았어. 그리고 기말고사가 끝나고 이틀뒤 난 선생이에게 연락을 했어. 선생이는 기다렸다는듯 다음날 자기가 용인으로 올테니 그곳에서 애들과 합류해 출발하기로했어. 난 정말 오랜만에 경이와 갓파에게 연락을했고 둘은 알겠다고 한 뒤 연락을 마쳤어. 그날 밤 꿈에서 내가 끝없는 탑에서 계단을 끊임없이 내려가는 꿈을 꿨어. 내가 차라리 뛰어내리는게 낫겠다 라고 생각할 때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나를 밀었고 난 잠에서 깼어. 끔찍한 꿈이었지만 왠지 마음이 가볍고 상쾌한 아침이었어. 그리고 다음날 채비를 마치고 약속장소로 나오자 둘은 벌써 나와있었고 선생이는 5분뒤 도착이라 했어. 159 이름 : . 2018/08/25 22:56:25 ID : 6rBxWi3DBy3
두달만에 본 선생이는 어디서 고생을 했는지 꽤나 수척해져있었어. 선생이와 함께 역에서 잠깐 쉬었다가 선생이가 가지고온 차로 이동을 하려고했는데 이놈이 힘들다고 나보고 운전을 하라는거야. 난 초행길이라 거절하려 했지만 수척해진 녀석을 보고는 그냥 알겠다고했어. 구불구불한 자연요새같이 이어진 산길을 지나서 파주의 어느 꽤 웅장하게 지어진 절로 가자 선생이는 이곳에 차를 주차하고 들어가자고했어. 그리고 절에 한발 내딛는 순간 묵직한 뭔가가 날아가듯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을 받았어. 오는 내내 멀미로 고통스러워 하는 경이는 절에서는 예전에 보였던 그 활발한 모습으로 절 이곳저곳을 보며 구경하기도 했고.

160 이름 : . 2018/08/25 23:03:10 ID : 6rBxWi3DBy3
그때 딱봐도 나이가 지긋하시지만 세월에서 나오는 카리사마를 가지신 어느 할머니 한분이 오셔서 우리에게 인사했어. "어서들오거라. 오느라 고생했다." 우린 단박에 아 저분이 선생이의 이모할머니시구나 하고 알 수 있었어. 할머니 옆에는 그 무서운 눈매를 가진 박수무당도 서있었어. 절이여서 그런건지 아니면 할머니의 기에 눌린건지 그 무당도 그렇게 무서워보이진않았어. "숭이는 지금 안쪽방에 있다. 하지만 아직은 만나서는 안돼." 박수의 말에 일단 우린 고개를 끄덕이고는 할머니를 따라 법당에 들어섰어. 수호신장과 부처상에 괜시리 위축되더라.

161 이름 : . 2018/08/25 23:13:38 ID : 6rBxWi3DBy3
할머니는 우릴 앞에 앉히시고는 우릴 쭉 훓어보기 시작했어. 그러다 경이를 보더니 혀를 차며 말씀하셨어. "어린것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을꼬... 잘 참아냈다. 아주 잘했어." 그 위로 한마디에 경이는 눈물샘이 폭발한듯 울었고 나와 갓파는 가만히 고개만 떨군 채 있었어. 할머니는 경이를 진정시키고는 우리에게 말씀하셨어. "내 제자에게 들었듯이 그건 무당들 사이에서도 아주 더럽고 비열한 저주야. 저주를 내린 사람도 무사하지 못하는 말그댄도 자폭과 같아. 그 주머니에 대해선 나도 들었단다. 금할 금 자가 주머니 안쪽으로 수놓아져 있었다고 했지? 산자던 죽은자던 원한이 깊고 살고자 하는 욕망이 강한자는 꽤나 위험한 일을 서슴치 않고 하곤하지. 행여 호상을 당하던 운명대로 명을 다해도 억울할 판에 그렇게 끔찍한 방법으로 죽임을 당한 영혼을 이용한 저주니.. 아이고.. 나도 숭이를 처음봤을땐 너무 무서웠단다. 솔직히 포기하고 싶었어. 저주란 특정대상이 죽거나 사라지면 함께 소멸하는법이거든. 하지만 차마 내 조카의 친구라 무시할 순 없었어." 할머니는 비통한 표정으로 물 한잔을 드시고는 한참동안 말없이 우리 셋을 안타깝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어. 177 이름 : . 2018/08/28 19:58:14 ID : A7AqrwNAi1j
스레주다. 짧게 남길게. 난 그저 기록을 위해 이곳에 글을 남기는거야. 관심을 끌 생각도 전혀없고. 그저 나중에 여러분중 나를 제외하고 한명이라도 세상에 이런 일이 있기도하구나 하고 기억해주기 바라면서 말이야. 주작이라는 사람이 나올거란걸 예상했지만 막상 보니까 혼란스러워. 과연 이곳에 내가 글을 계속올리는게 옳은일일까 하고말이야. 아마 오늘밤에 결정하고 글 올릴게. 기다렸는데 이런글 보게해서 정말미안해.

198 이름 : . 2018/08/31 12:04:41 ID : fhy7zbu63Wq
스레주다. 뒤늦게나마 돌아와 미안해. 공백기동안 기억을 정리해가며 글을 좀더 매끄럽게 다듬어봤어. 통보없이 이렇게 오래쉬어버려서 미안해. 아무튼 지금부터 내 생에 가장 잊지못할 그리고 잊어서도 안될 그 이야기를 다시 시작해볼게. 199 이름 : . 2018/08/31 12:13:56 ID : fhy7zbu63Wq
할머니는 우리를 유심히보더니 한숨을 푹쉬고는 말했어. "너희 셋은 사실 이번생에선 연이 없었어. 하지만 내 조카가 그 흐름을 바꾸어 버린것같구나. 강의 물줄기도 사소한 원인으로 바뀌기는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할머니는 앞에 놓인 차를 한모금 마시고는 다시 말을 이었어. "내 그릇이 아직 너무나도 작아 너희의 전생같은걸 말해줄 순 없단다. 하지만 말할 수 있는거라면 너희는 잘못된 연을 가졌기때문에 하늘이 연을 끊기위해 이런 일이 일어난것같아." 그말을 듣고 내가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딨냐고 말하자 우리뒤에 앉아있던 박수가 말했어. "참 운명이라는게 가혹해. 풀지못할 매듭은 단칼에 잘라버리곤 하지." "우리가 서로 안만나겠다고 약속한 뒤에 안만나면 끝나는거 아닌가요?" 경이의 질문에 할머니는 고개를 저으며말했어. 200 이름 : . 2018/08/31 12:26:09 ID : oNumnA5e0so
"그렇게 간단히 끝날일이 아닌걸 잘 알잖니." 할머니는 잠깐동안 말이 없더니 뭔가 결심한 눈으로 말했어. "숭이를 만나보지 않겠니?" "선생님. 너무 이른거아닙니까?" 박수의 말림에도 할머니는 우리를 뜰 안쪽에 있는 커다란 방으로 안내했어. 그곳에 들어가자 훅 하고 뜨거운 공기가 불어오더니 곧 하얀삼배옷 같은옷을 입고 누워있는 숭이가 보였는데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피부에는 두드러기같은게 나있고 꽤 많이 야위어있었어. 그리고 뭔가가 썩는 끔찍한 냄새가 내 코를 찔렀어. 경이는 자리를 가리지못하고 밖으로 뛰쳐나가 토악질을 했고 갓파와 나는 얼어붙어 그자리에 서있었어. 솔직히 말하면 움직일 수가 없었어. 누군가가 나를 잡고있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206 이름 : . 2018/08/31 20:09:08 ID : 6rBxWi3DBy3
스레주다. 여태껏 모바일로만 작성하다가 오늘에서야 자판을 두드리네ㅎㅎ. 노트북이 고장났었는데 지인분한테 부탁했더니 싸지만 조금 늦는다는게 2주나 걸릴줄이야.. 아무튼 이야기 계속해서 풀어가보도록 할게.

207 이름 : . 2018/08/31 20:14:39 ID : 6rBxWi3DBy3
나와 갓파가 넉놓고 보고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큰소리가 났어.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할머니가 우릴 쳐다보고있으셨어. 우리와 같은 눈높이에서 보니 할머니의 허리가 좀 구부정하시더라. 아무튼 할머니는 우리에게 이제 그만가자며 숭이가 있는곳 문을 닫았어. 정말 물어보고싶은거 투성이였지만 난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 왠지 물어보면 후회할 것 같은 느낌이었지. 하지만 그때까지 합이 잘맞았던 갓파는 생각이 달랐던것 같아. 할머니가 오늘은 힘들테니 쉬라며 우리에게 방을 내주고는 법당으로 돌아가셨고 박수무당도 할머니와 함께 법당으로 갔어. 우린 절 입구에서 조금 더 내려가 담배를 피우며 말했어.(담배는 허락맞고 핀거야.) "진짜 물어보고싶은거는 많은데... 이걸 물어봐야되냐..?" "난 다 물어볼건데?" 우리의 대화에 경이가 껴들며 말했어. "우리가 물어봐도 말안해줄 삘인데.." 208 이름 : . 2018/08/31 20:26:23 ID : 6rBxWi3DBy3
경이의 의견에 나도 동감이라 했지만 갓파 이놈은 눈치가 없는건지 끝까지 강경하게 나가더라. 그렇게 한참을 유튜브와 페북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스님 한분이 들어오셔서 '공양하실 시간입니다.' 하고 나가셨어. 처음엔 뭔말이지 했는데 식사시간을 절에서는 공양시간이라고 하는것 같아. 밥을 먹고 우린 다시 우리방에 들어가있는데 또 스님 몇분이 이불을 들고와 손수 깔아주셨어. 그리고는 또 절 용어로 뭐라고 하셨는데 잘 기억은 안나. 우리 세명은 말없이 누워있었어. 물론 우리 둘은 같이 붙어있고 경이는 우리 머리맡에 있는 그런 구조였어. 그러니까 한마디로 경이 나 갓파 뭐 대충 이런식으로 누워있었어.

209 이름 : . 2018/08/31 20:36:21 ID : 6rBxWi3DBy3
그렇게 잠들랑 말랑 할때 타이밍 좋게 가위에 눌린거야. 가위에 눌릴때가 원래 잠에서 깨기 직전 혹은 잠들기 직전이라고들 하잖아. 나는 가위에 몇번 눌려본적이 있어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뭔가 느낌이 달랐어. 왠지 올것이 왔다 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 눈을 뜨고싶지 않았지만 거의 반 강제적으로 눈이 떠졌어. 그리고 내가 눈을 떴을 때 마주친건 눈치가 빠른 몇몇 스레더들은 눈치 챘겠지? 그래. 그건 우리 5명이 그날 주머니를 주웠던 날 꿈에서 봤던 바로 그 여자였어. 그 여자는 여전히 엄청난 크기의 입으로 우릴 보고 웃고있었어. 파인 한쪽 눈에서는 바퀴벌래가 드글거렸고 입을 벌리자 혀 대신 구더기들이 쏟아져내렸어. 너무 무섭고 끔찍해서 가위에서 풀려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도 방법이 없었어. 그 여자는 꺾을 수 없는 각도로 몸을 이리저리 꺾더니 내 배위에서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어.

211 이름 : . 2018/08/31 20:46:42 ID : 6rBxWi3DBy3
배가 아프다 못해 끊어질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고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비명이 나오지 않았어. 그러다 갑자기 뭔가 번쩍 하더니 그 여자가 몸에서 피를 철철흘리며 울며 도망을 쳤고 잠에서 깨어났어. 휴대폰을 보니 하.. 11시에 잠들었는데 겨우 10분 남짓 지났더라. 아이들은 아직 자고있었고 나는 20분동안 뒤척이다 담배를 피기위해 밖으로 나왔어. 산속의 밤은 6월이 됬지만 그래도 조금 선선하더라. 담배갑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무는데 뭔가 찝질한거야. 그래서 담배를 손으로 잡고 봤는데.. 그건 손가락이었어. 그것도 잘린지 오래되서 피부가 검게 변색되고 피와 고름이 섞여나오는 손가락. 그걸 본 순간 헉! 하면서 잠에서 깨어났어. 난 꿈에서 꿈을 꾼거지. 주위를 보자 이번엔 꿈같지는 않았어. 애들도 다 식은땀을 흘리며 일어나 있었거든.

212 이름 : . 2018/08/31 20:52:16 ID : 6rBxWi3DBy3
우린 일어나서 절의 입구로 내려갔어. 담배를 피우고 난 뒤 올라오니 박수가 입구에 서있었어. 그때 진짜 개놀랐어;; 경이는 뒤로 자빠지더라. 박수는 취침하기 전 우리가 잘 있나 보러왔는데 없어서 입구쪽을 봤을 때 우리가 올라오고 있더라는거야. 그런데 우리 뒤에 뭔가가 같이 꾸물거리며 오다가 자신과 눈을 마주치니 훅 하면서 사라졌데. 그러면서 우리에게 지금상황이 많이 좋지않으니 다음날 까지는 그냥 조용히 자라고 한뒤 작은 방으로 들어갔어. 우린 방으로 돌아와 아무말없이 다시 누웠어. 그러다 경이가 갑자기 우는거야. 우린 경이를 달래지 못했어. 솔직히 그땐 나도 자신이 없었어. 갓파의 작은 한숨소리가 들리더니 약간 신경질적으로 돌아누웠어. 그래. 갓파 저녀석도 많이 힘들었을꺼야. 자기가 숭이를 말리지 못한걸 후회한다고 했던게 기억이 났어. 그때의 나도 꽤 부정적인 생각으로만 머리가 가득 차있었거든. 이 일을 끝낼 수 있을까. 우리중에 한명은 죽는게 아닌가. 이 일은 해피엔딩으로 끝날까.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을 하며 새벽1시가 되서야 잠이 들었어. 221 이름 : . 2018/09/02 23:31:49 ID : 6rBxWi3DBy3
스레주다. 어제부터 감기가 심해서 약을 먹고 하루종일 잠만 잤어. 몸상태는 나아지긴 했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 아무튼 계속해서 이야기 할게. 아침이 되고 눈을 떴을 때 내가 처음 느낀것은 엄청난 통증이었어. 온몸이 욱신거렸고 목은 마르다못해 목이 갈라져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였어. 주위를 둘러보자 이미 둘은 나갔는지 아무도 없더라고. 밖으로 나오자 박수가 이미 한껏 차려입고 나를 기다렸다는듯이 방문 앞 마당에 서있었어. "잘잤냐. 어서 나와라." "다른..애들은요?" "다른 애들은 공양 마치고 절밑으로 내려가있다. 쯧쯧.. 밤새 엄청 시달렸나보구나.": 박수는 내 목소리를 듣고는 혀를 차고는 자신이 어제있던 곳이 아닌 할머니가 계신곳으로 들어갔어. 난 스님께 부탁해 물을 표주박으로 두바가지나 마시고 나서야 목소리가 돌아왔어.

222 이름 : . 2018/09/02 23:35:36 ID : 6rBxWi3DBy3
내가 절밑으로 내려가자 나머지 둘도 굉장히 피곤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고있더라. 간밤에 뭐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다느니, 갓파와 내 코고는 소리 때문에 잠을 못잤다느니 이런저런 예기를 하고있을때 할머니가 절 입구에서 우릴 부르셨어. "숭이의 상태가 전보다는 많이 호전되었으니 서로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져도 되겠구나." "숭이녀석, 그렇게 고생하면서도 너희 걱정을 했어. 정말 멍청한건지, 착한건지.." 박수의 말에 우리는 괜시리 또 숭이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 우리가 어제 숭이를 봤던 곳으로 들어가자 신기하게도 그렇게 썩은내가 심하던 방은 은은한 향냄새로 가득 차있었어. 숭이는 우리를 보자마자 펑펑울더라. 그러면서 너네는 괜찮냐, 다친데는 없냐 라며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어. 223 이름 : . 2018/09/02 23:42:38 ID : 6rBxWi3DBy3
난 숭이를 진정시키고 여기와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물었어. 숭이는 한숨을 푹 쉬며 우리에게 말했어. 숭이가 절에 처음 온 날 혀가 불이 붙은듯 엄청나게 뜨겁고 큰 바늘로 쑤시는듯한 고통이 느껴졌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숭이가 입을 벌린 체 업드려 침을 질질흘리고 있자 할머니께서는 바로 나와서 숭이의 등에 방울이 달린 무슨 끈을 마구 후려치셨다는거야. 그러니까 신기하게 고통이 뚝 그쳤고 혀에 난 그 종기같은거도 말끔하게 사라졌다고 해. 그러면서 스님과 지내는동안 담배생각도 안나고 그렇게 좋아하던 게임, 술, 여자 생각도 전혀나지않았데. 그러나 밤에는 몸이 타는듯하고 시야가 이상하게 뒤틀렸데. 뭔가 안개가 차있는듯한 느낌이 느껴지면서 세상이 청녹색으로 모였다는거야. 그러면서 자기가 시야를 어디로 돌리던 어떤 남자 실루엣같은게 항상 보였다는거야. 나무를 보면 나무 위, 나무 뒤에 있거나 집을 보면 창문 사이, 처마 위, 아궁이 안이던 어딜 보던간에 교묘하게 숨어서 숭이를 지켜보듯이 보고있었데. 288 이름 : . 2019/03/15 18:00:29 ID : 6rBxWi3DBy3
안녕 여러분 스레주야. 더 이상 글을 작성하지 않기로 결심했었는데 언젠가 갑자기 기억이 와서 들어오니 꽤 많은 사람들이 기다려줘서 너무 미안하고 날 계속 찾아줘서 고마워. 이제와서는 더 이상 세세한 기억은 나지는 않아. 하지만 내 기억을 뒤져서 최대한 상세하게 작성해보도록 할게. 일단 날 기다려준 사람들에게 다시한번 감사를 표할게. 정말 고맙고 미안해 모두,

289 이름 : . 2019/03/15 18:06:00 ID : 6rBxWi3DBy3
참고로 주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을거야. 공백기가 거의 1년이 다되가니까 어쩔수없다고 생각해. 하지만 난 그 심정도 이해해. 난 이글을 너희들에게 말해주고 싶은것보다 그냥 기록해남기고 싶어. 예전에는 그냥 이런일이 있었다 라는 생각으로 작성했지만 이제는 기록해놓아야 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290 이름 : . 2019/03/15 18:07:53 ID : 6rBxWi3DBy3
우리가 절에서 숭이에게 들었던 이야기는 정말 충격 그 자체였어. 남자의 실루엣은 물론 전에 숭이와 우리 모두의 꿈에서 나왔던 그 흉측하게 생긴 여성이 자신의 방문을 두드리다가 갑자기 서까래 틈에서 얼굴을 억지로 밀고 들어와 자기를 끝없이 조롱하고 비아냥거리며 웃었데. 그 와중에도 꼭 한가지 말은 빼먹지 않고 계속해서 소리치듯 자신한테 말했다는거야. 자신이 인고에 당했다? 아니면 인고에 걸렸다? 뭐 그런 말을 끊임없이 내뱉다가 멀리서 발소리가 들리면 감쪽같이 서까래 안으로 사라졌데. 그 뒤로 그 현상이 반복되며 몸에서 심하게 열이나고 새벽마다 무언가가 자신의 위로 검은 물체같은것들이 철퍽거리며 떨어졌지만 할머니와 박수의 말대로 절대로 그것을 보지않으려고 노력했다는거야. 하지만 그녀석은 워낙에 말 안듣는 녀석이라 결국 그것을 보고야 말았데. 그 여자가 자신의 입으로 자신의 혀를 이빨로 끊어 자신에게 뱉고있는 모습을.

291 이름 : . 2019/03/15 18:09:39 ID : 6rBxWi3DBy3
아 맞다. 내가 글을 처음부터 쭉보며 내 기억을 되살리던도중 본건데 >>243의 말대로 사진의 위치는 아니지만 그 강가에서 발견된거야. 뭐 사진까지 나왔으니까 강의 이름은 말해줄게. 강의 이름은 '탄천'이야.

292 이름 : . 2019/03/15 18:15:51 ID : 6rBxWi3DBy3
그 여자를 본 기점으로부터 숭이는 다시한번 혀에 종기들이 나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어금니와 치아에서 피가 뚝뚝떨어졌데. 말그대로 잇몸이 아니라 치아가 갈라지면서 그 사이로 피가 맺혔다는거야. 그 뒤로 박수와 할머니가 하루씩 교대로 숭이의 방을 지키기로 했어. 참 여러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녀석이야.. 우린 숭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 같은생각을 했을거야. '이일은 절대로 곱게 끝나지는 않을것같다.' 절에서의 생활이 2주가 넘어가자 우린 담배를 피우는일도 거의 없어졌어. 그렇게 식후 담배한모금을 즐기던 갓파와 심심할때마다 담배를 찾던 경이도 짜증날때마다 담배를 태우는 나도 담배를 찾지않게됬어. 뭐랄까.. 더이상 필요성을 못느꼈어. 선생이 역시 갖고있던 담배를 모두 부러뜨리고 절 깊숙한 산속에 묻어버리고 왔다고 했어.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절의 생활과 익숙해졌어. 뭐 머리를 밀고 중과 비구니가 된건 아니지만 그래도 3시세끼를 재시간에 챙기게 됬고 운동이랄것도 없지만 등산을 하며 경치를 감상하는걸 즐기게됬어. 즐겁게 대화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미소를 띄며 대화하는일도 잦아졌지. 하지만 두가지 주제는 절대로 입밖으로 꺼내길 꺼려하고있었어. '숭이의 일'과 '자신이 꿨던 악몽'

293 이름 : . 2019/03/15 18:27:35 ID : 6rBxWi3DBy3
그러던 어느 날 박수가 우릴 원통전이라는 별체로 불렀어. 표정은 어두웠고 그 부리부리한 눈빛은 그날따라 날카로워보였어. "며칠뒤에 굿을 할거다. 그러니 미리 인사들 해놓거라." "네..? 굿을 하는데 인사를 한다는게 무슨소리에요?" 박수는 한숨을 크게 쉬더니 우리에게 그 어느때보다 진지하게 말했어. "유감스럽지만 숭이가 받은 저주는 전에말했던데로 고독(蠱毒)중에서도 가장 잔인하고 위험한 인고(人蠱)다. 그걸 풀기위해서는 준비할것도 많고 그리고.." 박수는 그렇게 말을 잇지못하고 다시한번 깊은 한숨을 쉬었어. 갓파가 답답한지 박수를 독촉하자 박수는 그사람답지 않게 조심스럽게 말했어. "희생이 따를수도 있어." 희생. 그 한마디는 내가 여지껏 박수에게 들었던 말 중 가장 무겁고 소름끼치게 느껴졌어. "희생이요? 누가요?" 박수는 말없이 숭이가 누워있는 별체를 가리키며 말했어. "모두가 안전해질 수 있는 방법은.. 숭이가 부처님께 몸을 바쳐 저주와 함께 사라지는거야." 갓파의 눈이 커지고 그녀석이 벌떡일어났어. 경이는 말없이 눈물을 흘렸고 선생이는 아무말없이 바닥만 쳐다보고있었어. 박수는 자신의 앞에 있는 찻잔을 들며 우릴 안타깝다는듯 쳐다보며 말했어. "안다, 알아.. 너희가 어떤 관계인지. 너희중 한명만 없어도 그 빈자리가 얼마나 클지 다 알아."

294 이름 : . 2019/03/15 18:40:17 ID : 6rBxWi3DBy3
박수는 차를 한번 마시고 찻잔을 내려놓은뒤 다시 조심스럽게 말했어. "모두가 살아갈 수 있는 방법도 있어. 하지만 그건 너희가 가장 피하고싶어하는 결말일 수도 있단다." "뭔데요 그건..?" 경이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어. 선생이는 뭔가 예상을 한듯 박수에게 고개를 저으며 그것만은 안된다는 표정을 짓고있었어. 박수는 우릴 똑바로 보며 말했어. "너희 모두의 연을 끊는거다." 갓파는 다시한번 일어나며 별체밖으로 나가려고 했어. 내가 달려가 갓파를 말렸지만 그녀석은 더 이상 들을필요없다며 나가려고만 했어. 겨우겨우 진정시키며 내가 갓파를 억지로 끌고와 다시 자리에 앉히자 박수는 다시 말을 이었어. "전에 내 선생님이 말씀하셨듯이 너희는 만나서는 안될 인연이었다. 이렇게 거의 10년이 다되도록 만난다는건 누군가가 하늘의 뜻을 어겼다는 거겠지." 박수는 선생이를 날카롭게 바라봤어. 선생이는 여전히 아무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은 체 바닥을 계속 바라보고있었어.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어. 선생이가 무슨일을 꾸민건가? 선생이가 그런일을 할수 있는건가? 어떻게? 그리고 왜? 애초에 가능한가? 머리속이 진짜 믹서기로 갈리듯 생각이 얽히고 있을 때 할머니가 문을 열고 들어오셨어.

295 이름 : . 2019/03/15 18:48:44 ID : 6rBxWi3DBy3
"선생님, 여긴 왜 오셨습니까?" "밖에서 듣자하니 지금부터는 내가 얘기하는게 나을것같구나." 박수는 말없이 일어나 할머니에게 합장을 하고는 밖으로 나갔어. 할머니는 앉아 우릴 말없이 조용히 쳐다봤어. "아이고.. 그동안 정말 고생이 많았구나. 타지생활은 힘들지않던?" 우리가 말없이 할머니를 바라보자 할머니가 다시 말을 이었어. "내가 전에 말했듯 연을 끊는다고 해서 간단히 끝날문제는 아니란다. 하지만 그 방법은 최선은 아니지만 최악도 아니지." "우리가 연을 끊는다면.. 어떻게 되죠?" "아마 무슨수를 써도 다시 만나거나 연락이 되기는 어려울거야. 만에하나 연락이 된다고 해도 얼굴을 마주보고 말하기는 어려울거다." 가운데있던 경이는 말없이 내손과 갓파의 손을 잡았어. 녀석이 우리를 이렇게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을 줄 상상하지 못했어. 갓파녀석은 덩치에 안맞게 울고있더라. 305 이름 : . 2019/03/17 23:52:32 ID : 6rBxWi3DBy3
스레주다. 며칠간 조금 바빠서 들르지 못했어 미안해. 이제부턴 조금 스토리가 자세하게 들어가면서 조금 고어하거나 끔찍한 장면이 묘사될 수도 있어. 미리 경고하는데 그런걸 별로 안좋아하는 분들은 이 글을 읽지않는걸 권할게. 물론 내 기준에서의 경고니까 여러분의 기준과 다를 수도 있어. 아무튼 이제부터 다시 이야기를 시작할게. 307 이름 : . 2019/03/18 00:03:50 ID : 6rBxWi3DBy3
할머니가 우릴 가만히 보다가 자신의 팔에 걸린 염주알을 한번 넘기며 말했어. "이 세상에는 인과 연 합쳐서 인연이라는것이 존재한단다. 인연은 스스로 창조해나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며 끊을 수 없는 사슬과 같으나 영원한것은 없으니 아무리 단단하고 견고한 강철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녹이 슬고 부스러져 사라지기 마련이지. 인연이란 참 가혹하면서도 한편으론 무서운거야.. 사람들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 라는 이 말의 뜻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새로운 연을 맺기도 또 길고 길었던 연을 끊기도 하지. 인과 연을 경하게 생각하여 그것을 소훌히 하거나 이걸 이용해 이익을 취한 자들은 반드시 천벌을 받게된단다. 하지만 너희의 인연은 필히 끊겨 사라져야할 운명이었어." 말을 들으면서도 계속되는 '우리의 연은 잘못됬다.', '우리의 연을 끊어야한다.'라는 말이 너무 거슬리고 또 궁금했어. 그래서 결국 내가 참지못하고 물어봤어. "대체 우리가 과거에 무슨일을 했길래 우리의 인연을 끊어야하죠?" "그건 지금을 말해줄 수가 없다. 미안하구나. 하지만 걱정마라. 곧 다 끝이 날테니까. 그러면 모든걸 알려주마." 답답하고 궁금해서 미칠것같았지만 난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묻고싶었던걸 물었어. "선생이는.. 선생이가 우리에게 뭔가 한건가요?" 할머니는 가만히 선생이를 쳐다봤어. 선생이가 그렇게 위축되어 있는건 그녀석을 지금까지 봐오면서 한번도 못본 모습이었어. 늘 약간 거만하지만 바보같고 치밀하지만 빈틈많은 미워할 수 없는 녀석이었으니까.

308 이름 : . 2019/03/18 00:16:24 ID : 6rBxWi3DBy3
"내가 어릴적부터 선생이에게 줄곧 말해왔었단다. 내 제자에게도 당부해주었어. 선생이가 사춘기가 지난 뒤에 절대로 만나서는 안될 사람이 다가오니 그녀석과 친해지면 안된다. 그녀석과 친해지는 그 순간부터 4명의 사람이 하늘의 뜻을 거스르게 되니 절대로 너에게 다가오는 그 사람을 받아주어서는 안된다." "그 사람이 우리인지는 어떻게 구분해요?" 갓파의 물음에 할머니는 차를 한모금 마신 뒤 말했어. "선생이라면 충분히 구별할 수 있는 아이였으니까. 저 아이는 가엾게도 내 피를 이어받았단다. 나만큼은 아니어도 선생이는 남들이 볼 수 없는 것들과 함께 지내며 마음에 큰 상처가 있었을거야. 하지만 외로움과 고립감이란 감옥에 문이 하나 생기고 결국 저 아이는 견디지 못한 체 문을 열게 되었단다. 그게 바로 너란다." 할머니가 날 가리키며 말했어. 순간 머리속에서 뭔가 부서지는듯한 느낌이 들면서 잊고있었던 일들이 빠르게 스쳐지나갔어. 가만히 앉아있는 안경을 쓴 남자아이. 정말 이 세상에 낙이 없는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너무 불쌍해보이더라. 친구들은 저 아이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듯 있는 듯 없는 듯 지냈지만 난 그런게 싫었어. 그래서 다가갔지만 몇번이나 실패했어. 하지만 결국 저 녀석은 마음에 문을 열게됬고 그렇게 정말 자연스럽게 우리 5명은 만나게 되었어. 결국 내 행동으로 인해 숭이와 갓파, 경이와 선생이의 인생이 이렇게 망가져버린것 같아서 내 자신이 용서가 되지않았어. 할머니는 내게 말했어. "너의 잘못이 아니란다, 아가. 인연이란건 말했듯이 때론 어머니의 품과 같으며 때론 아버지의 매와 같지. 인연은 피해갈 순 있지만 그걸 부정할 순 없는법이야. 만약 잘못된 인연이 너무 오랫동안 끈끈하게 붙어있다면 억지로라도 때어내야 한단다.." 할머니의 말이 끝나고 잠깐의 정적이 있었어. 정적을 깬건 다급하게 문을 연 동자승 한명이었어. 310 이름 : . 2019/03/18 00:29:52 ID : 6rBxWi3DBy3
"지주스님..! 큰일이 났습니다! 어서 별체로 가셔야합니다!" 할머니는 말없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우리에게 함께 가야한다는 말을 남긴 체 방에서 나가셨어. 우리도 영문도 모른 체 할머니를 따라갔지. 그곳에 가자 여러 스님들이 밖에모여 염불을 외우고 있었어. 안에서는 뭔가 목에걸린듯한 숭이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방문을 열자마자 진한 쇳내와 참을 수 없는 악취가 마치 방 자체가 우릴 거부하는 것처럼 확 풍겨졌어. 경이는 방안의 모습을 보고 바닥에 구토를 했고 갓파는 고개를 돌려 연신 헛구역질을 해댔어. 나와 선생이는 그 모습을 똑바로 지켜봤어. 내 삶에서 잊고싶은 장면이 있는가 라는 질문을 누군가가 한다면 난 망설임없이 이 장면이라고 대답했을거야. 숭이가 있던 방은 피칠갑이 되어있었고 박수는 가만히 숭이를 노려보며 무언가 주문같은걸 외우고있었어. 숭이의 모습은 마치 누군가가 엄청나게 큰 칼같은걸로 베고 찌른것처럼 상처 투성이였고 눈동자엔 흰자가 없이 검은자만 꽉 채워져있었어. 그리고 방바닥에는 누구의 것인지모를 배설물과 녀석이 뱉어낸것같은 핏덩어리들이 아무렇게 떨어져있었어. 숭이도 마치 집안의 원수라도 되는것처럼 박수를 노려보며 씩씩거리고 있었는데 어느순간 선생이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치게 된거야 그러자 갑자기 미친듯이 웃으며 입을 벌렸는데 입안에서는 피가 뭔지모를 누런액체가 후두둑 떨어지니까 결국 선생이도 구토를 해버렸어. 그런데 입과 목소리는 웃고있었지만 분명히 눈은 슬퍼보였어. 피눈물이 볼을타며 또다른 핏자국을 만들어내고 있었고 박수는 뭔가 깃털같은것이 달린 막대기같은걸로 숭이의 머리와 어깨를 연신 털고있었어.

311 이름 : . 2019/03/18 00:35:47 ID : 6rBxWi3DBy3
할머니는 깊게 숨을 한번쉬고 내쉬더니 방안으로 들어가셨고 방문은 결국 닫혀버렸어. 난 뭔가에 얻어맞은것처럼 땅바닥에 주저앉았고 점점 시야가 흐려지더니 그대로 의식을 잃은것같았어. 아마 너무 충격적인걸 봐서 기절한걸꺼야. 다시 눈을 떴을때 난 우리가 잠을자던 방에 있었고 경이는 조용히 일어나는 날 바라보고있었어. "경이야.." "..." 경이는 아무말없이 다시 울기 시작했고 한참동안 계속 울었어. 난 말없이 경이옆에서 계속 눈물을 닦아줬고 이젠 아예 경이가 내 팔을 부둥켜안고 울더라. 갓파의 모습은 보이지않았지만 시간상으로 봤을 땐 아마 담배를 피우러갔거나 아니면 식사를 하기위해 나간것같았어. 울음을 멈추고 경이가 잠긴 목소리로 말하더라. "숭이 이제 어떡해..?" 그 물음엔 대답하지않았어. 솔직히 하고 싶지도않았어. 이제 처음에 했던 걱정인 '우리도 저렇게 되는거 아닌가?', '이게 과연 해피엔딩으로 끝날까?', '저녀석들과 다신 못만나면 어떡하지?'가 아닌 그냥 '집에가고싶다.'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채우기시작했어.

313 이름 : . 2019/03/18 00:41:03 ID : 6rBxWi3DBy3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니까 대충 2시간정도 누워있었던것같아. 잠시 후 갓파가 돌아왔고 우린 말없이 방안에 있었어. 한 30분이 지나니까 박수와 할머니가 우리가 있던 방문을 열었어. 박수는 옷이 바뀌어있는걸 보니 아마 그 일 이후에 씻고 옷을 갈아입은것같았고 할머니도 머리를 묶은 뒤 비녀를 꽂고계셨어. "숭이는 일단 진정시켜놨다. 운이 좋았어. 이젠 정말로 시간이 없구나. 어서빨리 진행해야겠어. 너희도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하거라." "무슨 준비요..?" "마지막 인사정도는 해놓거라.. 이젠 못만날테니.." 할머니가 나지막히 우리에게 말하고는 다시 박수와 함께 법당으로 향했어. 경이는 이제 눈물도 나지 않는지 그냥 나와 갓파 그리고 선생이를 한번 씩 아주 세게 끌어안아주었어. 이번엔 내가 눈물이 나더라. 그렇게 3일이 지난 뒤 박수가 우리방에 다시 찾아왔어. 원래 문을 바로 여는사람인데 이번엔 밖에서 우릴 부르더라. 갓파가 문을 열고 나오자 무당들이 입는 그런 요란한 한복같은걸 입고있었어. 할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 뭔가 중요한걸 준비하시는 중이었겠지. 315 이름 : . 2019/03/18 00:54:45 ID : 6rBxWi3DBy3
"너희가 가져왔던 짐을 모두 챙기고 방을 정리한 뒤에 나와있어라. 이젠 다 끝날거다." 뭔가 군대갈 때 느끼던 그런 감정이었어. 하지만 이번엔 오늘을 기점으로 다신 만나지 못할 녀석들과 있자니 괜시리 또 울컥하더라. 우리가 짐을 모두 챙긴 뒤 밖으로 나오자 그곳엔 회색 승합차가 여러대 서있었어. 숭이도 어느세 평소에 즐겨입는옷이 아닌 무슨 하얀 한복같은걸 입고 우리에게 왔어. 우린 아무말도 안하고 그저 숭이를 껴안았어. 박수는 우리의 가방을 하나씩 받아 염주를 걸어둔 손을 얹고 무언가 염불같은걸 외우더니 승합차들 중 가장 마지막에 서있는 차에 그것들을 실었어. 특히 숭이의 등에 손을 얹고 외우는 염불은 꽤 오래했어. 우린 가는내내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거나 이어폰을 꽂은 체 어딘지 모를 곳으로 향했어. 그렇게 도착한 곳에는 진짜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고 또 오색끈같은게 매달려있는 커다란 나무 밑에는 제사상이 크게 차려져있었어. 곧 나는 이게 퇴마의식같은 단순한 굿이 아니라는걸 알게됬어. 우리가 모이자 사람들은 금세 조용해졌고 꽹가리와 태평소같은 악기 소리가 나면서 무슨 하얀 갓? 모자? 아무튼 그런걸 쓴 사람들이 나와서 춤을 추더니 옆에서는 합장하며 뭔가 외우는 소리도 들리고 또 다른곳에서는 웃는지 우는지 모를 이상한 소리를 내는 나이많은 여성분과 남성분들도 보였어. 그러더니 우리에게 그 의식을 행하는곳 중앙에 데리고오더니 뭔가 알록달록한 한지인지 아니면 얇은 천인지 모를것을 잡게 했어. 한명당 하나의 천을 잡게하더니 춤을 추던 사람들이 우리근처로 오더니 마치 억울한 뭔가를 달래듯 하늘거리며 춤을 추기시작했어. 그러다 갑자기 뒤에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어. "지금이다! 모두 당겨라!" 우리가 그 소리를 듣고 천을 쭉 잡아당기자 천은 지익거리는 거북한 소리를 내며 찢어졌어. 이게 무슨 인연의 끈인지 다리인지 뭐 아무튼 그런건데 이걸 찢는순간 우린 앞으로 다신 만나지 못할거라고 하더라.

317 이름 : . 2019/03/18 01:03:31 ID : 6rBxWi3DBy3
그렇게 의식이 끝나갔고 할머니와 박수는 우리 다섯을 불러 모이게했어. "이제 다 끝났다. 너흰 이제 모든 인연이 깨어져 만나고싶어도 만나기는 힘들거야. 그리고 숭이는 아직 할일이 남았으니 나와 내 자제를 따라오너라." 정말 이 글을 쓰고있는 중에도 아직까지 너무 궁금해. 우린 과거에 무슨 사이였을까? 그리고 우리 다섯은 무슨 짓을 했길래 하늘의 뜻을 어겼다고 하는걸까? 이제와서 생각해봐도 여전히 머릿속은 복잡해져만갈 뿐 이렇다할 솔루션은 절대로 못찾을거야.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를 타고올 때 깜빡 잠이들었는데 누군가가 날 깨우더라. 일어나보니 갓파가 날 깨우고있었어. 경이와 갓파가 가만히 날 보고있었어. 선생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더라. 경이는 눈에 눈물이 가득고인 눈으로 내게 슬픈 미소를 짓고있었고 갓파는 평온한 표정으로 날 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어. 그렇게 둘은 용인에서 내리게 됬고 나는 내 본가인 수원으로 오게됬어. 그 뒤로 정말 난 아직까지 그녀석들과 연락이 되지도 만남을 갖게되지 않고있어. 내가 유일하게 들었던 녀석들의 소식은 숭이녀석의 부고소식이었어. 결국 숭이는 '인고'라는 저주를 풀지못한 체 절에서 자살한것같아. 부고소식은 무슨일이 있거나 안좋은 일이 계속 생기다면 연락하라며 교환해놓았던 박수무당의 번호로 온 문자로 받게되었어. 내가 박수에게 경이와 갓파 그리고 선생이도 오냐고 물어봤지만 결국 답장은 받지 못했어. 장례식장에서도 그녀석들의 모습은 보지 못했어.

318 이름 : . 2019/03/18 01:09:28 ID : 6rBxWi3DBy3
가끔씩 고등학생 때 용인에 놀러온 나와 함께 찍었던 사진을 보면서 만나지는 못해도 잊지않기 위해 얼굴들을 보는데 아주 가끔씩 이름이 기억이 나지않아서 네임펜으로 이름을 적어놓았어. 할머니와 박수의 말처럼 난 앞으로 그녀석들과 만나지 못하는걸까? 사건이 끝났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일단락된지는 벌써 반년이 다되가는것같아. 그 녀석들도 이제 자기만의 인생을 살아가겠지. 내가 너무 추억에만 매달려사는것같아서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네. 최근에 아주잠깐 죽전역에서 갓파를 보게됬어. 여자친구처럼 보이는 여성분과 다정하게 걸어다니는데 차마 가까이가진 못했어. 어쩌면 다른사람일 수도 있으니까. 어쩌면 갓파가 날 완전히 잊었을 수도 있으니까. 페북계정도 한번 봤지만 이미 삭제된 계정인지 내가 알고있던 이름들을 모두 입력해봤지만 결국 찾지못했어. 나의 친구들의 미래가 앞으로 밝게 빛나기를 빌며 그리고 나의 친구 숭이의 명복을 빌며 이만 글 마칠게. 형편없이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좋은 밤 보내. 그리고 너네도 행복한 삶과 미래가 함께하길 바랄게.

관련글 더보기